퇴로는 늘 있다. 대표적인 퇴로가 죽음이다. 그런 결정적인 퇴로만을 벼르지 말고, 일상의 퇴로도 마련해놓아야 자유와 평화와 행복 같은 걸로 일상을 채울 수 있다. 나도 [[Mark Gomez|M]]과 연애관계를 자처했을 때, 그의 집에 들어가 살지만 않았어도, 내가 내 집을 꾸리기만 했어도 더 많은 다른 길들이 보였을 것이다. 그 집에서 사는 건 퇴근하지 않고 계속 일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6시반에 알람을 듣고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어 8시쯤 일어나 서늘한 공기를 만끽하며 아침 자위를 마치고 난 후의 생각.
[[이재윤|재윤]]이 나와 섹스하며 흥분을 참으려고 애쓰는 상상은 훌륭한 딸감이다. 어젯밤에는 이채쇼핑몰 버스정류장에서, 다른 인간도 버스도 모두 사라진 세상에서 섹스하는 상상을 했다. 추운 바람이 부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웃긴 얘기를 주고받으며 키득거리는 장면도 만들었고 역시 좋은 딸감이었다. 이 장면이 딸감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크러쉬를 지나고 있다는 게 아닐까. 분명한 건 나는 재윤과의 관계가 변할 만한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고 무사히 10월의 마지막 희곡 수업을 마치고 이 열기가 서서히 식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무쇠가 식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