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왜 이렇게 화가 많이 날까. 감각이 화를 끄집어낸다. 오르가즘을 느껴서, 더워서, 바람이 불지 않아서, 빨래방에서 [[Mark Gomez|백인]]의 체취가 나서, [[장제이|J]]가 내 손을 짓이겨서 화가 난다. 오랜만에 기력이 없고 어지럽고 화가 나고 느리고 거울 너머의 나를 노려보게 되는 경험을 했다. 털끝 닿는 데마다 기억이 딸려 올라와 이를 깍 다물게 만든다. 기억의 원뿔을 누가 핫소스 흔들듯 흔들어 놓고 간 느낌이다. 이 상태가 오랜만이라는 게 축복이라는 것을 안다. 누가 내리는 축복? 이 세계. 요즘 기분이 1-10 스케일에서 5-6을 벗어나지 않는 정도로 안정적이었는데 동시에 불안하기도 했다. 언제 추락할까. 유케이 바이폴라 앱의 기분 스케일을 열심히 들여다봤지만 아무래도 나는 3 이하는 아닌 것 같아 4로 했다. 할 일을 차근차근 하는 힘 정도는 있으므로. [[차슬기|S]]에게 번역 경력을 증명해보려다가 [[Richard Greenfield|R]], 뚜오마스, 그리고 [[최성웅|S]]와 각각 주고받은 이메일들을 발견했다. 내가 기억할 수 없는 정서의 말이 써 있었다. [[Richard Greenfield|R]]의 마지막 메일은 너무 시인다워서 웃음이 나왔다. 어쨌든 [[차슬기|S]]에게 일을 한다고 했고, 밥도 건강하게 먹고 설거지도 했고 부엌계정 포스팅도 예약 걸어놓았고 시소잎 소금 절임도 물 빼고 식초물을 부어 놓았다. 빨래방에 와서 희곡 숙제도 조금 해보고 이 글도 쓰다 보니 건조도 거의 끝나간다. 아까 자위를 하고 분명 벽을 보고 모로 누워 모서리에 고개를 박고 서럽게 오열했다. 삶이 버겁다고 오랜만에 내뱉었다. [[이재윤|재윤]]이 가지고 싶은데 못 가져 운 게 아니고, 재윤'(재윤 다시)를 등장시켜 거대하게 부풀려 놓은 환상 세계가 재윤을 데려온다고 이루어질 수 없는 세계라는 게 서서히 보이기 시작해서 울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