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어나자마자 나는 [[장제이|J]]와 [[정은영|E]]와 나와 [[이재윤|재윤]]에 대해 생각했다. 어쩌면 자면서도 생각했을지 모른다. 자면서 내가 나에게 어떤 힌트를 줬을 수도 있다. 나는 일어나서 희미한 침잠하는 듯한 슬픔을 감지했다. 그 슬픔은 분노이기도 했다. 동시에 나는 아무도 믿을 수 없나, 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순간 속에서 강렬하게 상대를 믿는다. 상대가 눈 앞에 없고 머릿속을 가득 채우지 않는다면 곧 믿지 않고 만다. 그러니까 나는 (재윤을) 지나치게 믿고 ([[장제이|J]]와 [[정은영|E]]를) 지나치게 믿지 않는 중이다. 결국 지금 빠져 있는 환상에 나를 빠뜨린 건 내가 아닌가? 내가 그것을 판별할 수 있는 방법은 나를 둘러싼 타자들이 동요하는지 관찰하는 것 뿐인데. 즉 내가 미쳤는지 나를 뺀 모두가 미쳤는지의 싸움인데. 모두는 적어도 겉으로는 고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내가 있는 곳은 환상이다. 틀렸나? 서촌을 걸으며 드뷔시의 스트링 쿼텟을 듣는데 그냥 엉엉 울며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지금 금방이라도 무지개 따라 떠날 것 같은데, 무지개가 금방 사라질 것을 예감하고도 무지개 따라 발이 부르트도록 떠날 위기에 처했는데 [[장제이|J]]는 [[정은영|E]]랑 술을 마시고, 콘서트에 가고 ... 지금 내 발목에 족쇄를 채워 지하 감옥에 넣어도 내가 제자리에 있을까 말까 하는 판에 [[장제이|J]]는, 나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고 나만 사랑한다는 [[장제이|J]]는, 무지개도 못 보고, 그걸 보는 나도 못 보고 ... 아니 애써 못 본 척 하고 ... 어떤 감정에 울었어? 재윤이 물었다. 그걸 너에게 말할 수 있을까? 내가 너에게 빠져있는 게 환상이라고 믿고 싶어서 그래. 왜냐하면 지금 [[장제이|J]]와의 관계를 버리고 너 앞에 무릎꿇는 순간이 얼마나 빨리 휘발될지가 끔찍하게 두려워서 그래. 근데 사람들은 다 환상을 환상으로 두고 잘만 사는 것 같아서 화나서 그래. 나는 환상이 삶의 결정을 내려주고 삶이 환상에게 먹이를 주는 쳇바퀴를 맨날 돌면서 매일이 조난당하는 느낌인데 사람들은 땅에 발 붙이고 다 잘 사는 것 같아서 그래. 이 말을 너에게 하려면, 내가 나를 잘 모르겠어서 울었어. 이것보다는, 내 욕망이 나를 괴롭혀서. 이러면 어떤 욕망인지 너무 말하고 싶어 보이고. 그냥 약간 울분 같은 거였어 라고 말해야겠다. 하지만 실제로 하고 싶은 말은, 환상과 현실 구분 못하고 날뛰는 나에 대한 울분 같은 거였어. 후자를 말한다면 나는 재윤에게 너무 많은 말을 하는 게 되어서 재윤도 어떤 반응이든 할 것이고 나는 그걸 막고 싶다. 재윤과의 대화를 잘 마무리한 것 같다. 나는 재윤의 한마디 한마디에 롤러코스터를 탔다. 너무 불안하거나 너무 기뻤다. 그러다 [[임석류|R]]로 검색해 나오는 노트들을 봤다. [[프로젝트 R]]. 마치 사랑에 처음 빠져본 사람이 쓴 것 같았다. 그러다 뒤로 돌아가니 [[재윤의 고고학과 미래학]]이 나왔다. 나는 재윤이 내 머릿결을 손으로 훑는 상상을 하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나는 재윤이 인왕산 글에 좋아요를 누른 사실에 또 요동치다가 곧 가라앉는데 너무 깊이 가라앉는데 [[장제이|J]]는 어디에 있나? [[장제이|J]]가 내 옆에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 그래도 아직(?)은 재윤 같은 인물(?) 때문에 [[장제이|J]]를, [[장제이|J]]와 쌓아온 것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인 듯하다. 그러나 어떤 순간에는 될 대로 되라지, 어차피 같은 실수를 반복할 거라면 지금 또 반복하라지, 하는 마음도 있다. 지금 나에게 최고의 환상은 [[장제이|J]]가 [[정은영|E]]에게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