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과 대학로에 갔던 날 오후, 나는 [[이재윤|재윤]]의 "누드 크로키 모델 하고싶은데?" 카톡 한마디에 요동치기 시작했다.
나는 [[재윤의 고고학과 미래학]] 에서 다음과 같이 쓴 바 있다.
>나는 2022년 9월 1일에 박지원, 재윤과 셋이 앤트러사이트에 갔을 때에도 재윤이 바에 앉아있는 뒷모습을 찍었다. 지금 그 사진을 다시 보니 정말 재윤의 몸이 궁금하다. 알몸으로 모델을 세우고 싶다. 욕망에 찬 선을 그을 자신이 있는데. 동굴이나 계곡에서 크로키를 하고, 비가 와도 좋겠다.
이것의 작성이 재윤의 "누드 크로키 모델 하고싶은데?" 에 선행했다. 그러니까 재윤의 타임라인에서는 누드 모델에 대한 욕망이 ([[29.5]] 카톡방에서 본인이 후술했듯이) 오래된 역사일지 몰라도, 내 타임라인에서는 내가 바라던 일이 난데없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환상의 문이, 너무 뻔뻔한 얼굴을 하고, 열린 것이다.
나는 햇빛이 피할 곳 없이 내리쬐는 서울의 길거리를 [[좀머 씨]]처럼 걸으면서, 희미한 환상적 각성 상태에 들어선 것처럼 주기적으로 부풀었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재윤의 몸이 음악에 맞추어 흐르고 긴장하는 장면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면 속에서 나는 그 몸의 굴곡과 덩어리와 그늘과 빛을 포착해 종이에 칠하느라 다른 그 무엇도 할 수가 없었다. 오직 그 상상으로 머리가 가득 차버렸고 머리가 터질 듯해서 주저앉고 싶었다.